어제, 2023년 10월 20일, 전북 순창군 종합 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전라북도 지체장애인 협회 체육대회에 다녀왔습니다. 10시에 개회식이 계획됐으나 10시 20분에 했습니다. 날씨가 섭씨 15도 정도로 급강하하고 바람도 불고 비도 간간이 내리고 검은 구름이 낮게 떠다니며 행사를 무겁게 하였습니다.
개회식이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고, 천여 명의 참석 장애인 회원들은 추위를 견뎌내려 애를 쓰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협회에서 마련해 준 유니폼을 입고 차가운 의자에 앉아 운동장 복판에서 즐기는 행사는커녕 비바람과 싸움하며 추위와 고통을 견뎌내는 시간이었습니다.
1,000여 여명의 도민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인데도 도지사, 도의회 의장, 도 교육감도 또 지역 그럴만한 지도자 인사들도 다른 바쁜 일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하물며 지역 국회의원도 단 한 사람도 참석하여 축하해 주질 않았습니다.
12시가 좀 지나서 점심시간에 장만해 온 도시락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진 반찬은 온통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와 오징어무침 그리고 된장국, 추워서 벌벌 떨며 입으로 코로 집어넣으며 그래도 그러려니 하며 참고 애를 쓰는데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 천막을 넘어뜨려 버리고 참여한 회원들은 알몸으로 점심 식사를 때우며 식사를 마쳐야만 했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소주로 한잔하며 마음을 달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체육 행사장에 소주 맥주 나오는 곳은 처음 봤습니다.
10시부터 시작된 행사가 1시 반이 되니 추워서 견딜 수 없는 정도에 까지왔습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려 일도 없이 화장실만 들락날락 수없이 다녀 보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후 4시 40분까지 참고 기다리고 떨고 고생하느라 죽음 직전까지 달려간 느낌이었습니다.
환절기에 갑자기 급강하한 날씨를 예보한 탓에 나름대로 아래위 내복도 꺼내 입고 두꺼운 가을 잠바도 입고 장갑도 처음으로 꺼내 끼고 단단히 준비해 갔지만 다소 도움만 됐을 뿐이었습니다.
87세 5급 장애인 필자는 그래도 그 참혹한 시간을 견디며 참아왔지만, 나 보다 더 나이가 많고 외관으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훨씬 어렵고 힘들게 보이는 남녀 장애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분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집에 잘 들어가 이 시간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는지? 혹시 감기 몸살이나 질병이 찾아와 고생하지 않을는지? 그런 것들 모두 자기 탓이라 정의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시대는 이제는 아닌 듯 생각됩니다.
종합적으로 소감을 피력해 봅니다. 행사 준비와 진행이 많이 미숙했습니다. 자원봉사자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지역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회 의장, 도 교육감, 지역 기업체, 지역 유지들과 언론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너무 부족하고 외면당하고 있지 않나 생각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장애인이겠습니까? 사회적 약자로서 일상에서 외면당하며 고통과 차별을 나날이 참으며 감당하기에 절실히 역부족함을 느끼게 합니다. 미안하지만, 이런 생각과 마음으로 행사를 치르니 지난 잼버리 행사를 망신 창으로 끌어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한 표 달라고 무릎까지 꿇고 절하든 그들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매년 치르는 선거를 통하여 나라가 앞으로 잘 나가기를 바라는 장애인들의 마음을 얼마나 살피며 도와주고 있습니까? 하물며 6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단 한 분의 국회의원도 행사에 다녀가지 않는 일, 1,000여 명의 도민들이 치루는 큰 연례행사인데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그리고 도 교육감조차 다른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 메시지는 진실성을 의심하는 서글프고 어설픈 거짓말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필자는 일생 40년을 미국 군인들과 같이 살아왔습니다. 필자는 또 건강 때문에 우리가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경상도에서 20년을 살아도 보았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대단히 현실적이며 일상의 생각과 행동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60년을 몸담아 살아온 필자는 전북도를 더욱 사랑하고 더 알뜰하고 내실 있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니, 도민 1,000여 명이 참석하여 치루는 행사보다 더 귀하고 중요한 도지사의 업무가 무엇입니까? 도의회 의장, 도 교육감, 국회의원들, 잠시 오셔서 얼굴만 보이고 가셔도 되질 않을까요? 지역의 내놓으라 하는 모든 분 들과 많은 인사들이 이렇게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모임에 다른 일 다 제쳐놓고 참여하여 그들의 아픔을 보고 느끼고 공감하며 일 년에 한 번만이라도 만져주고 위로하고 더 낳은 복지를 약속하는 기회로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민들이 더 많이 깨어 기도해야겠습니다. 썩고 낡고 거짓말 정치를 우리 도민이 선도해야 합니다. 입술로 하는 서비스 보다는 온몸으로 전심으로 백성을 섬기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내세우는 정직한 혜안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은 거침없이 발전하고 낳아가는데 왜 우리 전라북도는 정치도, 교육도, 기업도, 지도자도, 언론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리석은 남 탓만 하고 엄살로 쫄르기만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곰곰 생각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탓, 네 탓만 하는 우리, 내가 선호하는 그것과 사람만을 사랑하고 집착하며 고집하는 우리,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질 않는 것을 배우고 과감히 내 던져 버립시다, 온몸으로 희생하고 봉사하고 도와주고 협력하는 곳에 참된 발전이 있고 진리가 통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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