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이틀째인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날에 이어 추가 정상회담을 한 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공동 언론발표를 했다. 합의서 따르면 북측은 동창리 미사일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 미국이 이에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란 종전선언을 의미한다. 남북 정상이 연내 서울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미국 중간선거가 11월 초로 예정돼 있어 북-미 비핵화 협상 전개에 따라 이르면 10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들 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 향후 40여일간이 북한 비핵화 진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김 위원장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영구 폐쇄와 핵시설 사찰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의 검증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24일미국 뉴욕에서 열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회담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도 머지않았다.
두 정상은 이날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뿐만 아니라,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오는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도 추진키로 했다. 남북 군사당국은 두 정상 임석하에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 지상과 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등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방북 마지막날인 20일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을 방문하는 깜짝 일정도 공개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또, 남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며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시점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 역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은 10월에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에 합의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나, 나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서울에 모이는 서울 종전선언이 청와대가 그리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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