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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주 칼럼] 꽃 피면 님 ‘생각’하고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신영숙 기자 | 기사입력 2021/06/09 [02:44]

[전정주 칼럼] 꽃 피면 님 ‘생각’하고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신영숙 기자 | 입력 : 2021/06/09 [02:44]

▲ 전정주 경북로스쿨교수     

길을 가던 한 남자가 저만치 앞서 가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서는, 갑자기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몇 걸음 뒤따라가다가 와락 뒤에서 그 여인을 끌어안고 말았다.

 

경찰이 물었다. 왜 그랬냐?고 이에 남자는 말한다. “어느 성공한 CEO가 TV에 출연해서는 ‘생각이 있으면 즉시 행동으로 옮기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여자를 보는 순간 그 말이 떠올랐고 그래서 즉시 행동에 옮긴 거”라고.

 

말집에서 사람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생각을 가진 동물’이라고 뜻을 적고 있다. 동물과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이성적 사유능력이라는 것이다.

 

서경에는 성인과 바보를 가르는 기준이 ‘생각’이라고 적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금세기의 위대한 일은 생각을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시대에도 살아남을 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생각을 바꾼 자일 것이다. 기업도 이와 같다. 나라도 이와 같다.

 

무엇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생각으로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법에서도 그 행위를 함에 있어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를 살펴서 벌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벌하는 때라도 무겁게 벌하고 혹은 가볍게 벌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선업 짓기에 게으르고 악업 쌓기에 바쁜 이들이 있다. 생각에 따라 선업이 되기도 하고 악업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살을 칼로 찢어도, 강도는 욕을 먹고 의사는 칭찬 듣는 이유도 그 행위에 이른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 고위층에 입만 열면 검찰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생각으로 외치는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외치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선업이 되기도 하고 악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는 바다까지 날 수 있지만 수면 위까지다. 만약 수면을 통과하여 물에 드는 순간 다시는 새는 뭍을 보지 못할 것이다. 생각의 회로가 활성화되지 못할 때, 아가미 없는 새가 물고기를 따라 하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君子)는 두루 대하고 편들지 않으며, 소인(小人)은 편들고 두루 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의 틀로 재구성하면 대인은 두루두루 생각하지만, 소인은 한 쪽으로만 생각한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고 타인에게 해를 주는 소인과, 자기의 유익을 돌보지 않는 대인의 차이도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이다.

 

‘큰 생각’은 자기의 손해를 맞이하고서도 타인의 이익을 구하는 것이다.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라는 어느 노랫말도 이를 가리킴일지라. ‘좋은 생각’이란 나에게 이익됨이 없으나 남을 이익 되게 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생각’이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이다. ‘변태적 생각’이란 나도 망하고 남도 망하는 것이다. ‘작은 생각’이란 나의 이익을 구하고자 남에게는 해를 주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과 거리를 두는 순간, 인간 세계에서 소멸된다. 인간에게서 생각의 능력을 제거한다면 남는 건 무엇인가? 동물이거나 식물일 뿐이다. 일찍이 파스칼이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것도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공자는, 사람이 생각만 하고 배움이 없으면 위태롭기 짝이 없고, 배운다 해도 생각을 보태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공자의 말이 적중이라도 하듯 지금 우리의 삶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 성장도 배움도 우리는 압축으로 선두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는 일에 집중했을 뿐 협력하는 생각을 기르는 배움에는 게을렀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높은 지위나 가진 힘을, 상대를 억압하고 일방적인 강요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어, 자기의 이익을 구하는 일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다가 깊은 까닭은 인간이 생각을 깊게 하라는 것이다. 땅이 넓은 까닭은 인간이 생각을 넓게 하라는 것이다. 하늘이 높은 까닭은 인간이 생각을 숭고하게 하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웃고 있어도 뒤로는 행복하지 않다며, 울고 있는 이들의 심리의 고향은 어디일까? 최소한으로 잡아서 ‘균형 잡힌 생각’의 부재가 아닐까? 한다. 

 

꽃 피면 님 생각하는 6월이다. 보라색 칡꽃에 나지막이 물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작은 생각’에 매몰되어 등대를 놓치고 유람선을 힘들게 하는 이기적인 선장이 지금 내 안에 있는지 이중 삼중으로 돌아보아야 할 때다.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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