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촉발지진 3주년 기자회견

엄재정기자 | 기사입력 2020/11/11 [00:04]

포항 촉발지진 3주년 기자회견

엄재정기자 | 입력 : 2020/11/11 [00:04]

[경북다경뉴스=엄재정 기자]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10일 포항 촉발지진 3주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2020.11.10. 포항지진 3주년 기자회견     ©신영숙 기자

 

다음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기자회견 전문이다.

 

다음..................................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기자 언론인 여러분!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네 번째 겨울이 다가옵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발생 후, 지난 3년 동안 우리 <범대본>을 비롯한 시민들의 마음은 절박했습니다. 추운 겨울, 거리에 뛰쳐나와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언 손을 ‘호호’ 불며 서명운동을 펼쳐 나갔습니다. 가처분소송을 통해 포항지열발전소를 중단시켰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시민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진발생 1년 4개월이 지난 2019년 3월 20일에야 정부조사연구단에 의해 ‘포항지진은 촉발된 지진이다’고 밝혀졌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을 해 낸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 추운 겨울 지진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다면, 만약, 우리가 지열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했다면, 만약, 우리가 시민소송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포항지진은 당연히 천재지변으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기만 했습니다. 지진의 원인을 부정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2019년 12월 31일에는 반 쪽 뿐인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범대본>은 이를 ‘생색용 특별법’이라 명명했습니다. 특별법 초안에 있었던 ‘배·보상’이란 용어를 모두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촉발지진의 책임을 끝까지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에게 의무가 있다면, 국가도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피해 시민들을 체육관에 3년 동안 방치하고 있습니다. 오랜 대피소 생활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는 무고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사살되는 것을 지켜주지 못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해 포항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요구할 계획입니다. 우리 <범대본>은 정부의 이러한 사태에 대해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의 잘못된 접근방법과 대책입니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인위적 지진이라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 놓은 「지진백서」는 지진 원인분석에 대한 내용은 없고 정부가 대응한 내용들 일색입니다. 피해 시민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피해 시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국가예산을 투입한 정부는 포항시민에게 깊이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3년이 되었건만, 아직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텐트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사정과 이유야 어떻든, 정부는 피해시민의 아픔을 감싸고 치유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구제의 부당성(不當性) 입니다. 

 

포항시민 그 누구도 ‘구제’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은 만큼 ‘정당한 배·보상’을 바랐을 뿐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은혜적으로 구제금을 지원한다니, 가당치도 않는 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포항지진 특별법을 구제지원법이 아닌 배·보상법으로 개정하여 지진피해에 대한 배·보상을 실시해야 합니다.

 

포항시와 지역 정치인들 역시, 정부의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끌려 다니지만 말고 오로지 피해 시민을 위해서만 노력하기 바랍니다. 포항시장과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묻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 보상은 누가 해 주나요? 

 

포항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은 시종일관 “특별법만 있으면 손해배상 소송은 필요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그로 인해 보상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소멸시효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셋째, 피해구제 지원금의 미흡성(未洽性) 입니다.

 

피해구제 지원금은 ‘실질적’이어야 합니다. 경제적 손실분과 심리적 손실분에 대한 손해배상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주택수리비는 100% 보전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피해구제 지원금 수준은 실제 건축물 피해 지출액의 80% 범위 내에서 지급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분야별 상한액을 따로 정해 둠으로써 ‘전혀 실질적이지 못한’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도 차별적입니다. 

 

세월호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은 1인당 2억 원, 가습기세정제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은 1억 원씩 각각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포항지진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이 1천만 원 수준입니다. 사람 생명의 가치도 다른 것인가요? 포항시민의 생명은 왜 세월호에 비해 20분의1도 안되나요? 

 

이에 대해 정부는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넷째, 구제 지원금 신청절차의 부적절(不適切) 입니다.

 

피해 시민의 입장에서는 구제 지원금 신청접수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본인이 직접 신청하기 불편한 시민들을 위해서는 위임장을 통해 대리인도 신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을 만들어 본인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우편접수도 막아 놓고, 인터넷 신청도 제한된 일과시간 안에 5부제로 받고 있습니다. 

 

정말 피해구제 지원금을 지급할 진심과 의지가 있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구제 지원금 신청에 대리인을 세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적자치권’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민법에서 규정된 ‘위임계약체결권’을 막고 있습니다. 

 

우편접수 불가론과 일과시간 내 인터넷 접수방법은, 시민으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할 행정편의주의의 표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포항시에 촉구합니다.

 

먼저, 산업부와 포항시에게 촉구합니다. 포항지진 특별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합니다. 포항지진특별법 조문에 “배·보상”이란 용어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산업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재원충당 근거규정과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소멸시효 연장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피해구제 지원금 재원의 일부를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해야 하는 이유를 포항시는 신중히 검토하기 바랍니다. 이것은 소송에서도 촉발지진의 책임을 포항시가 떠안아야 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서울중앙지검과 대전지검에 촉구합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촉발지진의 책임자를 하루빨리 색출해야 합니다. 

 

이미 감사원에서는 포항 촉발지진과 관련하여 산업부 공직자들의 귀책이 있음을 발표했고, 또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도 관련 부처 책임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촉발지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열발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대체에너지 개발 공약이 발표된 후 2017년 7-9월 포항 지열발전소에 물주입을 재개하다가 지진이 촉발된 것입니다. 

 

금번 대전지검의 한국수력원자력 압색 및 백 前산업부 장관에 대한 수사와 함께 포항지열발전 물주입에 대한 책임자 색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 줄 것을 검찰에 촉구합니다. 

 

2020.11.10.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희망, 가장 현명한 사람은 자신만의 방향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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