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팔십 중순에 든 사람이 “친구야 놀자!” 아니, 그래 아직도 친구를 찾아다니니 참 주책 서럽고 어리석게 느껴지지만 늙을수록 사람은 친구가 필요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숨길 수 없다.
그래도 난 운이 좋아 유명의가 인증하는 여유의 땅, 넉넉한 바다를 수용하는 울진에 살고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청초한 자연과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좀 둔탁하고 거칠어도 그게 더욱 좋다 아침 8시에 일어나면 누가 뭐라 하나 들길이나 제방 둑을 걸으면 누가 뭐라 하나 집 뒤 산책길을 혼자서 걸은 들 누가 뭐라 하나 평상 위에 앉아 콧노래 부른들 누가 뭐라 하나
산골짜기 깊은 데서 불어오는 솔 냄새 공짜로 음미하고 즐기는 바람소리 새소리 뒷걸음으로 언덕길 사붓이 걷는 산책 길 밤이나 낮에나 혼자 노래 부르며 걸어도 그 누가 뭐라 하는 이 없다.
천식으로 죽을병에 걸려 귀향한 나 울진에 돌아온 지 20 여 년 채련 밭에 심은 상치, 고추, 방울도마도, 양대, 오이와, 매실과 살구, 앵두, 참 두룹, 모두 모두 내 손에서 자란 어린 양들이다.
주위의 많은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세상을 떠나 불귀의 몸이 되었고 어떤 이는 병원에서, 요양원에서 지내며 우리가 노는 복지관에 나오질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친구도 있다.
무릎 관절 아픈 것쯤은 약과다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치아가 빠져 나가고 어지럼증 심하여 밖으로 나와 걷지를 못하며 귀가 막혀 남의 얘기 듣지 못하고 갑자기 천덕꾸러기 할배 신세가 되었다.
이젠 살만큼 살았으니 준비하자 건강하여 앞으로 몇 년을 더 산다 해도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랴 먼저냐 뒤냐 십 년 체 안 될 텐데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치매에는 걸리지 말아야지 중풍 병만은 피할 수 있어야지 췌장암만은 힘써서 예방해야지 골다공증으로 걷지를 못하는 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병원에서 100 년을 산들 무엇 하나 돈 많아도 직위가 높아도 명예가 대단해도 저 세상 갈 때는 하나도 가지고 못 갈 것 맨손으로 와 맨손으로 가는 인생 누구도 예외 일 수 없다.
나는 오늘 운전을 하고 친구 만나러 간다. 장기 놀고 커피 마시고 물리치료 받으며 즐거운 이야기들 나누고 돌아온다 운전면허 적당한 시기에 반납하고 버스로 택시로 친구 만나러 가는 날 곧 오리라.
주변에 친구가 줄어들고 있다 어제 이야기 나누며 함께 했든 친구 오늘 아침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 친구는 입담도 좋았고 외관상으로는 건강 체질로 보였는데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났다.
친구야! 놀자! 불러낸다. 할배 친구 어서 나오느라! 집 안에서 벤치에서 시름하든 친구들을 자꾸 자꾸 불러낸다, 놀자고 꾀면서 그래도 아직은 친구야 부르면 나오는 친구 몇 있어서 좋다.
2020년 10월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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